괘종시계
괘종시계
내가 중학교 다니던 때에 아버지께서 시장에 다녀 오시면서 괘종시계를 사오셨다.안방의 기둥에 못을 박고 높이 걸어 놓았다.태엽을 한달에 한번씩 감아주면 매시 정각에는 그 시각만큼 그리고 반에는 한번씩 어김없이 툰탁한 종소리를 울린다.멀리 텃밭에서도들릴만큼 크고 은은하게 울린다.
사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시침은 시침대로 분침은 분침대로 아주 정확하게 자기자리를 가리키고 있다.月과日 그리고 曜日을 가리키는 글자도 어김없이 바뀌면서 우리의 세월을 지켜주고 있다.단 한번의 결근도 지각도 없이 아주 부지런히 내 나이 반백이 넘도록 한자리에서 꿋꿋하게 지켜주고 있다.
어머니께서 새벽에 일어나셔서 네시반 첫차를 타고 서울로 통학하던 작은아들을 깨우기전에 아침밥을 지으시고 도시락을 싸 놓으시던 그시간에도,막차를 타고와서 삼십여분을 걸어서 자정이 지나서야 돌아오는 아들을 기다리시면서 까만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계시던 그시간에도,새벽녘까지 쏟아지는 잠을 참으시면서 과일을 고르시고 포장하시던 그시간에도,손수레에 과일과 채소를 가득 싣고 시장에 나가셔서 팔고 계시던 그시간에도,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하루해가,한시간이 그렇게도 짧게만 느껴지던 그시간에도,육남매가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졸업하고 성장해서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살림을 차려서 분가하던 그시간에도,조카가 태어나고 손주가 태어나던 그시간에도 항상 그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아버지를 잘 지켜드리고 있다.아버지께서도 백수하시려면 좀더 잘드시고 운동 많이 하시고 마음 편히 계시면 될텐데...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못다한 효를 생각하면 지나간 세월이 야속하고 후회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