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인문]/나의 생각

감나무를 오렌지로

농부십장생 2008. 4. 30. 22:16

나는 젊었을때 부터 동네에서 제일 큰 과수원에서 즐겨 놀기로 하였다.

과일중에 감은 내 입맛에 맞고 다른 과일보다 달콤하며 큰 힘 들이지 않고 

딸 수 있어서 친구들과 같이 과수원에서 감나무를 한그루씩 맡았던 것이다. 

돗자리를 구해서 나무 밑에 깔아놓고 노래도 부르면서 즐겁게 놀았다.

배가부르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큰 걱정거리없이 지냈다.

처음에는 손에 잡히는 잘익은 것을 골라서 딸 수 있었다.

잘익은 것은 상점에 팔기도하며 네식구가 먹기에 충분하였다.

 

십여년 전에 태풍이 크게 지나가면서 과수원은 황폐화가 되었다.

나무가지가 부러지고 잘려나가면서 감나무는 꼴 사납게 변해버렸다.

그후로 과수원은 오렌지로 바꾸는등 세를 키워서 제일큰 과수원이 되었지만

언제 부터인지 감나무는 까치발을 하여도 감이 손에 잡히지 않게 되었다.

힘들고 어렵지만 높이 달려 있는것을 따야만 했다.

또 흠집이 있든 곯았든 까치밥이든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높은 사다리를 놓거나 장대를 이용해야 하였다.

 

그러나 요즈음은 나무가 늙고 병들어서 감이 잘 달리지 않는다.

그나마 달린것도 높은곳에 달리거나 몇개되지 않아서 내가 따기엔 힘에 겹다.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곯거나 상한곳을 도려내고  잘 씻어서 먹는다.

그가믐중에 얻어 먹는 감맛은 다른 어느것 보다도 맛있다.

그래서 옆의 나무까지 기웃 거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이짓도 이젠 힘이 들고 눈치 보여서 못할것 같다.

진작에 오렌지 나무로 바꾸지 않은것을 후회한들 가슴만 쓰리지 않은가.

 

그동안 좋든 싫든 나의 젊음을 다 바쳐서 생사고락을 하였던

정이든 과수원이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오고 있다.

감나무를 베어내고 그자리에 오렌지를 심고 가꾸든가 

남의 과수원이라도 힘이 덜 들고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작업등 다른 일감을 찾아 나서야 할것 같다.

그렇다고 이대로 앉아서 굶을수도 도둑질을 할수도 없지 않는가.

그날이 언제인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오늘부터 찾아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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